작년 가을, 집사람이 아이들을 스피치학원에 보내겠다고 했다. 난 굳이 그런데 보낼 필요가 있나 싶어 부정적이었다. 스피치학원에 보내는 비용이면 차라리 예체능 학원을 보내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그러나 집사람은 어디서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스피치학원을 강력하게 원했다. 그렇게 10살과 6살의 두 아이는 스피치학원에 다니게 됐다.

일주일에 한 번 학원에 다녀온 날이면 장난감을 하나씩 들고 왔다. 칭찬 스티커를 모아 장난감이나 학용품과 교환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했다. ‘비싼 학원비 받아서 아이들을 장난감으로 묶어두는 거 아냐?’ 더욱 불신이 생겼다. 별 내색은 하지 않았다.

스피치학원. 내가 어렸을 때는 웅변학원으로 불렀다. 그러고 보면 나도 웅변학원에 다닌 적이 있다. 말하기를 배우러 간 것은 아니었다. 7살 때 한글을 배우러 다녔다. 얼마나 다녔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리 길게 다닌 것 같지는 않다.

내가 웅변을 배우지 않아서 스피치의 효과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특히 요즘 아이들에게 스피치학원이 필요할까 싶기도 했다. ‘차라리 영어학원이 우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올해 새 학기부터 아이들이 조금씩 변화해 가는 것을 느꼈다.

큰아이는 둘째보다 숫기가 없다. 사람들 앞에서 나서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학급에서 감투를 맡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아이가, 처음으로 회장 선거에 자진해서 나갔다.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꽤나 많은 발전을 했다.

스피치학원

그리고 지난 주말, 스피치대회에 아이들이 나갔다. 거창하게 대회라는 이름을 붙이기는 민망스럽지만, 특별한 장소에서 아이들과 어른들 앞에 자기의 주장을 발표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커다란 수확이었다.

두 번째 출전해서 호소력 짙은 억양과 제스처로 솜씨를 뽐내는 아이도 있었고, 제대로 암기하지 못해 옆에서 불러주는 내용을 좇아 웅변하는 아이도 있었다.

우리 아이들도 혹여나 실수하지 않을까 봐 마음 졸이고 있었는데, 다행히 무사히 잘 끝냈다. 매일 저녁, 아빠와 엄마를 앞에 앉혀놓고 연습한 보람이 있었다. 특히, 아직 어린이집에 다니는 7살 둘째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완독하는 모습은 조금 감동적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은 반짝거리는 금메달과 상장을 들고 무척 신이 나 있었다.

둘째는 주말이 끝나고 오늘 어린이집에 가면서 금메달을 자랑스레 목에 걸고 갔다. 언니는 피아노 대회에 나가서 모두에게 주는 상에 입상한 경험이 있었지만, 둘째는 첫 성취를 이뤘다. 혹시 오늘 선생님과 아이들 앞에서 스피치를 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긴장도 하면서 즐겁게 연습한 결실이 나오니 스피치학원에 보낸 보람이 있다. 일주일에 한 번, 고작 4~5개월 다닌 것 치고는 성취감이 있다. 아이들은 벌써 다음 대회에 나갈 생각에 들 떠 있다.

누군가 스피치학원에 다니는 것을 고민한다면, 이제는 확실히 추천해주고 싶다.